영남대 신소재공학부 연구팀, ‘고성능 에너지 저장 소재’ 개발 길 열어 N
No.231583242‘강유전체’ 성능 향상 새 설계법 제시 … 재료과학 분야 국제 저명 저널에 잇달아 논문 게재
나노 크기 ‘인공 상변형 경계’ 구현해 강유전체 성능 향상
상온 공정으로 만든 복합 박막에서 절연파괴강도와 저장 가능한 에너지 밀도 크게 높여
고출력 축전기, 전력전자 부품, 에너지 하베스팅 소자 등 산업적 응용 기대
[2026-9-9]

<강유전 세라믹 복합 박막의 제조와 에너지 저장 특성 향상 개념도 (AI 생성 이미지)>
영남대학교(총장 최외출) 연구팀이 전자소자와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에 활용될 수 있는 강유전체(Ferroelectric) 소재의 성능을 높이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나노미터(nm) 크기의 미세 구조를 이용해 기존 특정한 조성의 강유전체에서 나타나는 우수한 특성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이러한 설계 원리를 적용해 실제 에너지 저장 성능까지 크게 향상시킨 박막 소재를 개발했다.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부품의 70% 이상은 세라믹 소재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많은 전자부품들은 전기적인 자극에 전기적 분극이 변화하는 강유전체 세라믹으로 이루어져 있다. 강유전체는 전기를 가했을 때 물질 내부의 전기적 방향, 즉 분극(Polarization)이 바뀌고, 전기를 제거한 뒤에도 그 흔적이 일부 남는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강유전체는 축전기(Capacitor), 센서(Sensor), 초음파 변환기(Transducer), 정밀 구동기(Actuator), 에너지 하베스터(Energy Harvester) 같은 다양한 전자·전기 소자에 널리 쓰인다. 쉽게 말해, 강유전체는 전기를 저장하거나, 전기 신호를 움직임으로 바꾸고, 반대로 압력이나 진동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데 적합한 스마트 소재다.
영남대학교 신소재공학부 류정호 교수 연구팀은 국제 저명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영향력지수(IF) 19.9, 재료과학 분야 상위 4%)에 두 편의 연구논문을 잇달아 발표하며 강유전체 소재의 새로운 설계 가능성을 제시해 학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월 게재된 첫 번째 논문에서, 연구팀은 서로 다른 강유전체와 반강유전체 (Anti-ferroelectric) 물질을 상온에서 나노 크기로 촘촘히 섞어, 기존 강유전체 소재에서 성능 향상의 핵심으로 여겨져 온 ‘상변형 경계(MPB, Morphotropic Phase Boundary)’와 유사한 효과를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를 ‘인공 상변형 경계(aMPB, artificial Morphotropic Phase Boundary)’라고 설명했다. 이는 물질 내부의 아주 작은 경계들을 설계해 전기적 반응성을 키운 것으로, 강유전체 연구에서 기존 고체용액 조성 범위에 한정됐던 ‘상변형 경계’ 개념을 보다 다양한 재료 조합으로 확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이 설계 원리를 실제 에너지 저장 소재 개발로 발전시켰다. 두 번째 논문은 지난 6월 같은 학술지에 게재됐으며, 두 편의 논문 모두 송현석 박사(영남대학교 대학원 신소재공학과 졸업)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바륨 타이타네이트(BaTiO₃), 납 지르코네이트(PbZrO₃), 납 타이타네이트(PbTiO₃)를 이용한 다상 나노 클러스터 박막을 제작했다. 이 박막은 절연파괴강도에서 5.8메가볼트(MV)/cm, 회수 가능한 에너지 저장 밀도에서 68.6J/cm³ 를 기록했다. 이는 비교 대상인 단일상 박막보다 각각 약 3배 가량 향상된 수치다. 내구성과 열 안정성도 확인됐다. 해당 박막은 1억 회 충·방전 후에도 성능 저하가 작았으며, 140℃까지 안정적인 에너지 저장 특성을 유지했다. 이 결과는 여러 종류의 나노 결정이 만나는 경계에서 전하가 붙잡히면서 전류가 새는 현상이 줄어들고, 전기가 한쪽으로 몰려 소재가 갑자기 손상되는 현상도 억제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해당 박막은 높은 전기장에서도 매우 낮은 누설전류를 보여, 고전압 환경에서 더 안정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두 단계의 성과가 연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첫 번째 연구가 강유전체의 우수한 성능을 인공적인 나노 구조로 구현할 수 있다는 새로운 학술적 개념을 제시했다면, 두 번째 연구는 이를 고성능 에너지 저장 박막으로 발전시켜 기술적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단순히 특정 소재 하나의 성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강유전체와 반강유전체 재료를 어떻게 결합하고 경계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기능을 만들 수 있다는 재료 설계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류정호 교수는 “이러한 성능 향상이 나노미터 크기의 세라믹 소재 알갱이(결정립)의 경계에서 전하의 이동을 억제하는 효과와 관련있다”면서 “이번 연구는 강유전체의 우수한 성능을 인공적인 나노 구조로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동시에, 이를 고성능 에너지 저장 소자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고출력 축전기, 전력전자 부품, 센서, 구동기, 에너지 하베스팅 소자 등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영남대학교 류정호 교수 연구실과 인하대학교 정대용 교수 연구실의 주도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미국 미시간 기술대, 중국 북경과기대 연구팀 등이 국제 공동연구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강유전체 분야에서 오랫동안 중요하게 다뤄져 온 ‘상변형 경계’ 개념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실제 고성능 에너지 저장 기술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산업적 파급력이 클 것으로 평가된다.